스피커와 공간 음향을 향한 여정.

스피커와 공간 음향을 향한 여정.

우리는 생각 이상으로 소리에 예민하다. 시끄러운 상황에서 내 이름 부르는 소리는 기가 막히게 찾아내고(칵테일 파티 효과) 소리가 나는 방향을 감지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자세히 살펴볼 부분은 소리가 나는 방향에 관한 것이다.

소리가 나는 방향과 공간감

사람은 어떻게 소리가 나는 방향을 감지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귀 모양 때문이다. 귀의 모양이 제각기 다르지만 그 모양으로 인해 우리의 고막으로 도착한 소리의 위상이 변하게 된다. 쉽게 말해 귓바퀴를 타고 귀로 들어오는 동안 소리가 약간 달라지게 되는데 우리의 청각은 아주 예민해서 그 차이를 잘 캐치해낸다. 귀가 2개인 특성과 귓바퀴가 내는 위상 변화로 우리는 소리의 공간 특성을 잡아낸다. 잡아내는 특성을 예로 들면 동굴에서 나는 소리,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 전투기가 내 뒤에서 앞쪽으로 지나가는 소리 등이 있다. 이런 특성을 잘 담아낸 소리로 보는 영화라면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더 잘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귀모양 마이크 바이노럴

일반적으로 우리는 스피커가 2개인 스테레오 스피커를 많이 사용한다. 헤드셋, 이어폰, 컴퓨터 스피커, TV 기본 스피커 등 대부분이 좌우 양쪽에 스피커가 있는 스테레오 스피커다. “어떻게하면 스테레오 스피커로 공간감을 줄 수 있을까?”이 질문에 대한 결과로 바이노럴 사운드가 탄생했다. 바이노럴은 아래 그림과 같이 얼굴 모형에 귓바퀴를 재현하고 고막 위치에 마이크를 심어 사람이 듣는 위상과 비슷하게 녹음을 해 스테레오 스피커로도 뛰어난 공간감을 재현해준다. 문제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녹음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정 환경에서만 녹음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정적이다.

https://mikemall.com/product/neumann-ku100-dummy-head더미-헤드3d-마이크바이노럴스테레오-마이크국내수입정품/3139/

스피커의 개수를 늘려보자

스피커가 2개인 스테레오 환경에서는 공간감을 느끼는 것이 어렵다. 그 와중에 소리의 위상을 가상으로 변조해서 공간감을 주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어색하고 불쾌한 골짜기안에 있어 몰입을 방해한다. 그렇다면 스피커의 개수를 늘리면 어떨까? 좌우 전면에 2개만 있던 스피커를 왼쪽 앞, 오른쪽 앞, 중간, 왼쪽 뒤, 오른쪽 뒤로 5개를 배치하고 저음을 담당하는 서브우퍼 1개를 배치하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5.1채널 스피커가 된다. 저음은 방향성이 낮아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극저음을 내기 위해선 스피커의 구경이 커야하기 때문에 비용이 높아진다. 따라서 저음 담당 스피커를 따로 1개만 배치한다면 극저음이 구현되어 소리의 범위가 넓어지고 1개만 있어도 공간감에는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다. 이렇게 배치하면 뒤쪽에서도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확실히 평면적으로는 스테레오보다 높은 공간감을 선사해준다. 하지만 나의 바로 오른쪽에서 나는 사운드를 구현하려면 그 위치에는 스피커가 없기 때문에 가상으로 오른쪽에서 소리가 난 것처럼 스피커를 동작시켜야한다. 오른쪽 앞, 뒤에 있는 스피커를 적절한 볼륨과 위상, 시간차로 재생하면 마치 오른쪽에서 들린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이것을 팬텀이미지라고 부르는데, 평면적으로는 팬텀이미지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공간감을 줄 수 있지만 5.1채널로는 상하 소리는 구분할 수 없다. 전투기가 하늘에서 지나가는 소리는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천장에 스피커를 붙이면 어떨까? 추가적으로 좌우에 2개, 천장 앞쪽에 좌우로 2개, 천장 뒤쪽에 좌우로 2개 배치하면 7.1.4채널 스피커가 된다. 이제야 비로소 하늘에서 나는 소리를 구현할 수 있어 전투기가 지나가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가상보다는 현실이 좋듯이 팬텀이미지보다는 직접적으로 소리를 재생할 수 있는 스피커가 여러개 있는 것이 몰입에 더 큰 도움이 된다. 돌비시네마 영화관을 생각해보면 수십개의 스피커가 관을 감싸고 있다. 이로 인해 돌비 시네마에서는 엄청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역시 영화관이 괜히 돈을 쓴 것은 아니었다.

돌비 애트모스

수십개의 스피커에서 어떤 소리를 재생하라고 명령을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스피커별로 녹음한 것도 아니고 환경별로 스피커의 개수도 다른데 이것을 정해주는 형식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바로 돌비 애트모스다. 돌비 애트모스는 소리가 나는 물체의 위치를 기반으로 사운드를 형성하는 형식이다. 스피커가 몇개가 있던지 물체의 위치를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재생을 하게 된다. 물론 스피커의 개수가 많을수록 공간감을 느끼는데 훨씬 유리하다.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바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사운드바가 있다. 아니, 사운드바는 보통 TV 바로 아래에 배치되어 있는데, 어떻게 공간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바로 반사음이다. 천장 방향으로 소리를 재생하면 천장에 반사되어 소리가 귀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때 마치 천장에서 소리가 난 것과 같은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방향성도 다르고 천장재질에 따라 반사되는 소리의 정도도 다르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역시나 몰입할 수 있는 수준의 사운드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돌비 애트모스로 공간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최소 7.1.4채널은 되어야한다고 용기내어 적어본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최고?

그렇다면 스피커의 수가 수십개인 영화관, 특히 돌비 시네마에서 보는 것이 최고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것은 맞는 말이지만 조건이 붙는다. “좋은 위치에 있다면”. 영화관의 가장자리에 앉았다면 공간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재생되는 소리들이 나에게는 100% 효과를 주지 못한다. 영화관은 크다.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스피커들이 소리를 재생하고 나에게 도달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 그런데 왼쪽에 앉았다고 한다면 왼쪽에 있는 스피커들이 재생한 소리가 나에게 먼저 들릴 것이고 이것은 돌비 애트모스 형식이 설계한 바는 아닐 것이다. 소리는 이렇게 왜곡이 되어 들리게 되고 100% 돌비 시네마를 즐길 수 없다. 꼭 좋은 영화를 돌비 시네마에서 본다면 중앙 부분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완전히 다른 영화가 나에게 펼쳐질 것이다. 특히 탑건과 같은 소리가 주는 공간감이 중요한 영화라면 돌비 시네마에서 보는 것과 일반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고 실제로 일반관에서 재미없다고 했던 사람이 돌비 시네마에서 2회차 관람을 하고 “이런 영화인지 몰랐다”라는 후일담을 남기기도 했다.

그래서 왓슨은?

왓슨은 7.1.4채널의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한다. 항상 돌비 시네마 영화관 중앙자리에서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소파 중앙자리를 기준으로 스피커들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최고의 스윗스팟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공간감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영화 “그래비티”를 적극 추천한다.